Suspension Basic/쇼크 압쇼버

비싼놈이 승차감도 좋다? - 잘못된 서스 상식 3

Teinkorea 2012. 1. 12. 15:05

블로그를 개설한지 오늘로서 65일째입니다별다른 흥미거리도 없고 그렇다고 쇼핑할 수 있는 데도 아니고 그저 딱딱하기만 한 서스펜션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들뿐인데도 그동안 13천명이나 되는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저희들도 놀랐습니다그리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방문자님들의 분포를 보면 여성분들도 8% 정도 되고 연령별로는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폭 넓게 방문하시는데 그 중에 30대가 43%로 가장 많고 뷰 페이지도 많아 서스에 관심이 제일 높은 것 같습니다특히 10대는 숫자는 매우 적지만 그 몇 안 되는 분들이 매일 들어와서 한 사람당 50 ~ 60 페이지씩을 검색하고 갑니다. 저희들도 어떤 분들이 그리고   무슨 목적인지 궁금합니다. 아마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닌가 합니다. 이분들 때문이라도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계속 열심히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서스펜션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거의 없는 것 같고 관련 서적도 거의 없어서 초창기 저희들이 가스쇼바 유통업을 시작할 때는 취급하고 있는 제품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고 알려고 하여도 공부할 방법이 없어서 난감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돌이켜 보면 본의 아니게 거짓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거짓인줄도 모르고 제공하였던 것입니다. 저희들뿐만 아니라 업계 모두가 비슷한 형편이었지요. 그 당시 일체형이라고는 없고 다운 스프링도 없던 시절 가스쇼바 업계의 광고 카피는 이랬습니다.

 

"자동차 승차감 개선"

"승용차 쿠션 완전 해결" 

 

지금은 침대나 시트의 푹신함을 자랑할 때나 쓰는 쿠션을 자동차 승차감과 동일한 것으로 사용, 지금에 와서 보니 어울리지 않는 말을 그 당시는 국민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였지요. 

 

하여튼 저희들은 일제 가야바와 독일제 삭스 그리고 보게를 주로 판매하고 있던 시절 90년대 어느날 나이가 지긋하신 KBS 기사라는 분이 그러니까 기자가 아니라 무슨기사라고 자기를 소개하신 분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그 당시 최고급 승용차인 그랜져용 쇼바를 구입하기 위해서입니다지방 취재를 자주 가는 차량인데 비포장도로를 많이 다녀서 승차감이 나빠졌다고 쇼바 교체를 원하셨던 분이셨고요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쇼바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이분은 나름대로 매우 관심이 많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독일 보게와 기술 제휴한 대우정밀에서 제작한 보게(Boge) 쇼바와 일제 수입 완제품 가야바(KYB) 쇼바 그리고 독일 삭스 국내 가공품이 있다고 했지요. 가격이 가장 비싼 일제 가야바가 당연히 승차감도 좋은 것이 당연하다고 당당하게 권했고 그분은 그 말을 듣고 가야바를 사서 가셨지요. 그런데 한 일주일쯤 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왜 비싼 것이 승차감이 더 나쁘냐?”  “전에 썼던 보게 쇼바보다도 못하다.” “명색이 최고가품인 일제인데 그럴 리가 없는데, 다들 가야바가 더 좋다고 하던데요...”  이렇게 궁색하게 대응하면서 옥신각신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쇼바는 승차감 개선을 위한 제품이며 그러니 비쌀수록 승차감이 좋은 줄로만 굳게 믿었기에 가야바가 당연히 순정이나 보게보다는 좋다고 반박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렇게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소비자들께서 수긍들 하셨고요. 그런데 그 분은 자기 느낌이 절대 그렇지 않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고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분의 느낌은 정확했으며 저희들은 말도 안되는 것을 우긴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업계서 모두가 다 그렇게들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그냥 넘어 갔는지가 정말로 의문입니다. 가야바보다 더 단단한 독일산 B**쇼바나 네덜란드산 K** 쇼바도 그저 쿠션이 좋다고 하면서 팔았는데도 말입니다.

 

이게 바로 선입견과 가격의 함정이 아닐까요? 우리가 무슨 물건이던 비싼 것은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고, 이름난 맛집이니까 음식이 맛있을 거라고 믿고,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것이니까 당연히 대단하게 보이고, 비싼 것은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고 쉽게 믿어버리고 내 감각도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오류나 함정 같은 것. 소비자는 물론 업자들도 모두가 가스쇼바는 승차감 개선을 위한 물건이라고만 알았으니 비싼 것이 더 승차감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 이런 심리적인 현상을 의학적으로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라고 한다죠. 

 

KYB Excel-G 아주 단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보게에 비하면 튜닝용 쇼바,

이게 비싸니까 보게보다 승차감이 좋다고 권하고 우겼으니..

 

하여튼 KBS 기사님에게 호되게 혼이 나고 나서야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왜 비싼 것이 더 좋은지를 보다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을까? 그래서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가스쇼바란 것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두꺼운 자동차 정비교본에도 쇼바에 관한 것은 고작 3 ~ 4 페이지뿐이고 그 것도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거의 천편일률적인 기본적인 간단한 내용들뿐이고까다로운 고객에게 대응할 수 있는 논리적으로 기가 막힌 답을 찾고자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결코 그 짧은 내용에서는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관련 책자나 잡지 등 자료를 찾아 보기 시작했습니다그때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없던 시절이라 우선 쇼바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책자나 기술 정보물 등 자료를 수집하였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승차감이 나빠졌다고 우기는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쇼바를 팔아온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주 관심사였습니다.

 

승차감 개선에 만족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좀더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려는 것이 자료 수집의 목적이었는데. 아니 이게 글쎄요, 듣도 보도 못하던 용어들을 헤치고 조금씩 파악해 갈수록 뭔가 이상하지 뭡니까. 저희들 생각과는 반대로 답이 자꾸 나오네요. 결국 쇼바의 교체 목적은 승차감 개선보다는 조종안정성 향상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 이게 진정 정답이란 말인가?  헉 이거 참.. 그럼 우리나라 업계는 모두가 단체로 그동안 엉터리 정보만 제공한 것인가가스쇼바가 순정 쇼바보다 승차감이 좋다고 자동차생활 등 잡지에 광고 내고 전국 방방곡곡 카센타에 그렇게 많은 홍보물을 뿌렸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게 아니다 하면서 제대로 알릴 것인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인가. 그 당시는 워낙 승차감 개선을 위한 쇼바 수요는 있어도 조종안정성 강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대로 알리면 쇼바 판매 영업은 끝장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들이 국내 가스쇼바 유통시장에서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터라 가볍게 버릴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그 어느 외국 홍보자료에도 쇼바 교체 효과 중에 푹신푹신하게 승차감을 개선한다라는 것은 없다.

물론 바운싱이 줄고 롤링이 줄어들면 전체적으로 라이드 필링은 개선되지만 우리가 말하는 소위 쿠션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길게 보고 제대로 알리고 거기에 맞는 수요를 창출하자는 것이 저희들의 선택이었습니다. 홍보 방법도 바꾸고 전화응대도 달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승차감을 약간 희생하는 대신에 얻는 점이 많다는 것을 일일이 나열하여 광고도 하고 전단지도 돌렸습니다.

 

예상한 대로 전국 카센타로 공급되던 판매는 팍 줄어 들었지요. 그러나 세상은 항상 죽으라는 법은 없는 법드디어 90년대 말 우리나라에도 튜닝 문화가 들어오고 튜닝샵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수천 개의 전국 카센타 거래처가 수십 개의 튜닝샵으로  고객 숫자가 대폭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하지만 초창기 한때는 일개 튜닝샵에서 소비하는 쇼바량이 그 전에 서울의 한 행정구에 소재하는 전체 수백 개의 카센타에서 수요하던 량만큼 된 적도 있었기에 결코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제품의 판도도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부드럽기만 하던 승차감 개선 위주의 보게 쇼바 같은 제품들은 순정품이 오일쇼바에서 가스쇼바로 바뀌면서 차별성을 상실 이제 설 자리가 없어져 제일 먼저 업계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제껏 못 보던 단단하기 짝이 없는 국산 일체형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하였고요. 저희들도 때맞춰 코일오버 전문 제조업체인 일본 테인과 접촉하여 국내 수입원이 되었고요. 지금은 진작 정년퇴직하셨을 그 이름도 모르는 KBS 기사님께 남보다 한 발 앞서 눈뜨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신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 튜닝앤코리아 --